수험뉴스
기타
'노량진 공시촌' 몰려드는 30·40대...AI에 밀리고 경기 침체까지
2026.03.31
30·40대 직장인들, 노량진 학원·원룸촌 입성
불경기·기술발전에 밀려… 안정적 일자리 모색
공무원 선발 인원 증가 "퇴직금으로 수험 생활"
"오늘 오전에도 38세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5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며 상담하러 왔어요."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4월 4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16일, 서울 노량진 공무원시험학원 '공단기' 강의실에서 30·40대로 보이는 수험생들이 교재와 칠판을 번갈아 쳐다보며 부지런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늦깎이 고시생들이 앳된 20대 수강생들 사이에서 어깨를 겨루며 수험 생활을 하는 광경이 더는 낯설지 않다. 임성환 공단기 원장은 "요새 학원 등록을 상담하는 사람 10명 중 2명은 사회생활을 하다 온 30·40대"라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중년층까지 사표를 던지고 공직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랜 불경기와 인공지능(AI) 도입으로 갑자기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안정적인 미래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지원자 가운데 40대 이상은 1만2,684명(11.7%)으로 △2024년 1만717명(10.4%) △2025년 1만2,101명(11.6%)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덕분에 전체 경쟁률도 28.6대 1로 전년 대비 3.4%(24.3대 1) 높아졌다.
노량진 학원가는 가장 먼저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공단기는 36세 이상 수험생 전용으로 모든 강의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수강권을 판매해 왔는데, 그동안 수요가 거의 없다가 지난해 말부터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1, 2월에는 수강권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배나 급증했다.
고시촌 주요 고객도 바뀌었다. 15년간 제본소를 운영해 온 김모(63)씨는 "젊은 학생들은 전자기기로 자료를 봐 방문이 줄어든 반면, 원래 잘 보이지 않던 30·40대 수험생들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고시촌에서 원룸을 중개하는 김모(58)씨는 "예전보다 원룸을 찾는 연령대가 올라갔다"며 "월세를 계약한 30·40대가 올해만 10명 넘는다"고 귀띔했다.
늦깎이 고시생들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은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부천 소재 제조업 공장에서 18년간 사무 업무를 했던 이진수(41)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지난해 5월 퇴사하고 교정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량진에 입성했다. 이씨는 "야간에도 돌아가던 공장의 일감이 점점 줄고 계약 연장이 무산되는 걸 보며 '나도 파리 목숨이겠구나' 생각했다"며 "퇴직금을 까먹는다고 생각하고 공부 중"이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AI도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유망 직종이었던 정보기술(IT) 분야는 파장이 더 크다. 코딩을 하는 개발자로 10년간 근무하다 지난달 퇴직한 최지영(38)씨는 "AI 여파 탓인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젊은 친구들도 많이 놀고 있다고 하고, 회사에서 새 직원을 뽑지 않는 모습을 보며 탈출을 결심했다"며 "수험 기간은 3년까지 길게 보고 있다"고 했다. 노량진 A공무원시험학원 관계자도 "AI 때문에 예정보다 빨리 퇴직한 46세 수강생과 상담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선발 인원이 늘어난 것도 도전을 부추긴다. 올해 새로 뽑는 국가공무원은 5,351명으로, 2022년(6,819명)부터 지난해(5,272명)까지 계속 줄다가 5년 만에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선발하는 지방공무원은 올해 총 2만8,122명으로 지난해 1만7,665명보다 무려 59.2%(1만457명) 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도권에 진출한 사람들조차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만큼 기술 발전이 빠르다"며 "젊은 중년들의 가치관을 '성과·연봉'에서 '생존'으로 바꿀 만큼 AI의 일자리 대체 효과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 한국일보(https://www.hankookilbo.com)
▶ 뉴스기사 원문 바로가기
불경기·기술발전에 밀려… 안정적 일자리 모색
공무원 선발 인원 증가 "퇴직금으로 수험 생활"
"오늘 오전에도 38세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5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며 상담하러 왔어요."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4월 4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16일, 서울 노량진 공무원시험학원 '공단기' 강의실에서 30·40대로 보이는 수험생들이 교재와 칠판을 번갈아 쳐다보며 부지런히 필기를 하고 있었다. 늦깎이 고시생들이 앳된 20대 수강생들 사이에서 어깨를 겨루며 수험 생활을 하는 광경이 더는 낯설지 않다. 임성환 공단기 원장은 "요새 학원 등록을 상담하는 사람 10명 중 2명은 사회생활을 하다 온 30·40대"라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중년층까지 사표를 던지고 공직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랜 불경기와 인공지능(AI) 도입으로 갑자기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안정적인 미래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지원자 가운데 40대 이상은 1만2,684명(11.7%)으로 △2024년 1만717명(10.4%) △2025년 1만2,101명(11.6%)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덕분에 전체 경쟁률도 28.6대 1로 전년 대비 3.4%(24.3대 1) 높아졌다.
노량진 학원가는 가장 먼저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공단기는 36세 이상 수험생 전용으로 모든 강의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수강권을 판매해 왔는데, 그동안 수요가 거의 없다가 지난해 말부터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1, 2월에는 수강권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배나 급증했다.
고시촌 주요 고객도 바뀌었다. 15년간 제본소를 운영해 온 김모(63)씨는 "젊은 학생들은 전자기기로 자료를 봐 방문이 줄어든 반면, 원래 잘 보이지 않던 30·40대 수험생들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고시촌에서 원룸을 중개하는 김모(58)씨는 "예전보다 원룸을 찾는 연령대가 올라갔다"며 "월세를 계약한 30·40대가 올해만 10명 넘는다"고 귀띔했다.
늦깎이 고시생들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은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부천 소재 제조업 공장에서 18년간 사무 업무를 했던 이진수(41)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지난해 5월 퇴사하고 교정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량진에 입성했다. 이씨는 "야간에도 돌아가던 공장의 일감이 점점 줄고 계약 연장이 무산되는 걸 보며 '나도 파리 목숨이겠구나' 생각했다"며 "퇴직금을 까먹는다고 생각하고 공부 중"이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AI도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유망 직종이었던 정보기술(IT) 분야는 파장이 더 크다. 코딩을 하는 개발자로 10년간 근무하다 지난달 퇴직한 최지영(38)씨는 "AI 여파 탓인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젊은 친구들도 많이 놀고 있다고 하고, 회사에서 새 직원을 뽑지 않는 모습을 보며 탈출을 결심했다"며 "수험 기간은 3년까지 길게 보고 있다"고 했다. 노량진 A공무원시험학원 관계자도 "AI 때문에 예정보다 빨리 퇴직한 46세 수강생과 상담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선발 인원이 늘어난 것도 도전을 부추긴다. 올해 새로 뽑는 국가공무원은 5,351명으로, 2022년(6,819명)부터 지난해(5,272명)까지 계속 줄다가 5년 만에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선발하는 지방공무원은 올해 총 2만8,122명으로 지난해 1만7,665명보다 무려 59.2%(1만457명) 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도권에 진출한 사람들조차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만큼 기술 발전이 빠르다"며 "젊은 중년들의 가치관을 '성과·연봉'에서 '생존'으로 바꿀 만큼 AI의 일자리 대체 효과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 한국일보(https://www.hankookilbo.com)
▶ 뉴스기사 원문 바로가기
